고영성 작가의 독서 특강 10 - 생각, 생각, 생각

고영성 작가의 독서 특강 10

계독으로 준전문가가 되자

다독의 시작 : 계독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창기에 내가 명저라고 뽑은 책들 중에는 나중에 다시 보니 절대 사람들이 읽지 않았으면 싶은 책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책들을 명저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소칼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첫째, 내 편견을 자극하고, 둘째, 괘 그럴 듯 해 보였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무지함을 두려워 말라, 거짓 지식을 두려워하라”라고 말했다. 나는 두려움없이 거짓 지식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스칼의 이 명언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거짓 지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무지를 두려워했기’때문이다. 무지하면 어떤 것이 거짓 지식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1년에 다섯 권의 독서력에서 나오는 울림은 후에 자신을 부끄럽게 하며 울릴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딘 다독가의 글을 보면 ‘고해성사’를 자주 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거짓 지식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계독이란, 어떤 한 분야나 주제를 정해서 그 계보에 따른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마쓰오카 세이고의 책 제목처럼 ‘다독술이 답이다’. 특히 내가 추천하는 것은 계독이다. 계독이란 어떤 한 분냐 주제를 정해서 그 계보에 따른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큰 범주에서 경제, 경영, 심리학 관련 책들을 계독했다. 물론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세부 주제별로 계독을 많이 했다. 독서법 강의를 준비하면서는 독서법과 관련된 거의 모든 책을 섭렵했고, 이 책을 준비하면서 시중에 나온 쓸 만한 뇌과학 책들을 대부분 훑어봤다.

이렇게 특정 분야나 주제의 책들을 수십 권에서 수백 권 집중적으로 읽으면 그 분야에 관한 한 ‘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드디어 진리인 양 위장하고 있는 거짓 지식들을 발견할 수 있다. 형편없는 베스트셀러가 눈에 들어오고, 헛소리하는 전문가의 칼럼도 눈에 밟히며, 엉뚱하게 반응한 베스트 댓글도 눈에 거슬리게 된다. 집중적인 계독이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이다.

만약 여러분이 초보 독서가(성인)라면 계독을 시작하되, 절대 두껍고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지 말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무조건 쉽고 얇은 책으로 시작하라. 우리의 뇌는 말을 하는 것과는 달리, 책 읽는 것에 대한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도전해서 성공을 거두기가 힘들다. 순간 열정이 생기고 전문가들이 명저라고 엄지 손가락을 올리는 책에 마음이 쏠린다고 하더라도, 400쪽이 넘는 책은 독서의 첫 ‘습관’이 생긴 이후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마스터리의 법칙]에서 역사 속 거장들은 특정 분야의 강력한 욕구와 관심 분야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주제에 이끌리고 깊고 강한 성향이 마스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확고한 내적 동기가 있으니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로버트 그린은 이런 특정 분야에 대한 강렬한 애착은 유전적이고 생래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을 타고나며, 바로 그것에 매진할 때 마스터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로버트 그린의 조언은 매우 그럴듯해 보여도 애초에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큰 소용이 없다.

초보 독서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이미 있다면, 그 사람은 초보 독서가로 머물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찾아 보고 읽어 보고 마스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독할 분야를 선택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크게 고민할 것 없이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이 내면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을 끄는 분야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가장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이는 강력한 외적 동기가 될 수 있다. 주변에 대학생들을 보더라도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폭 넓은 계독을 하는 이가 드물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둘째

한편 직업과 전공에 대해서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뉴스나 미디어를 보다가 자신의 마음을 이끄는 주제를 선택해서 계독을 시작해도 좋다. 내가 그런 케이스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접하고 나서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고 시작한 것이 경제 분야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예를 든다면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유럽 난민 문제가 심각한데, 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전쟁사나 세계사, 혹은 국제관계쪽으로 분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요즘 셰프들이 뜨고 있으니 요리에 대한 책들을 읽어 봐도 좋겠다. 요리법, 요리의 역사, 요리와 건강, 세계의 요리 등으로 이어가면 어떨까.

나는 최근에 와서야 로버트 그린의 주장이 대중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일견 옳은 측면도 없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을 계독하다 보니 내가 정말 좋아 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이다. 과학, 심리학, 경제학이라서 전혀 다른 분야로 보이지만, 이 셋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나는 미국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애착을 갖는 분야를 찾게 되었다. 여러 분야와 주제를 계독한다면, 여러분도 분명히 사랑하는 분야를 만나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에 있는 내용 중에서 앞 부분은 제외하고 배꼈다. 좋은 글이서 복사를 하고 싶은데, 그림을 되어 있어 텍스트를 활용할 수 없었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직업으로 하고 있는 분야를 계독하라는 것이 먼저 와 닿는다. 내화물을 직업으로 하면서 계독한 책은 두 권이다. 더 읽고 싶은데, 대부분 영어, 일어, 중국어로 되어 있어 전체를 읽기 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그때 그때 골라서 읽게 된다. 아주 오래전 MBC에서 이경규가 명사들을 방문하는 프로가 있었는데, 연세대 김동길 교수의 서재를 보고 물었다. ‘교수님 이 책들 다 보셨습니까?’했을 때 김동길 교수가 ‘자넨 사전도 읽나?’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직업 분야에 대한 나의 독서가 그와 같다. 모르는 단어, 아리송한 단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찾는 사전 찾기와 같은 독서를 하고 있다.

위의 저자가 이야기한 계독을 직업 분야에도 하고 싶다.

Written on May 10,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