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일기 - 비행운

비행운

  • 저자 : 김애란
  • 출판 : 문학과지성사
  • 총 페이지 : 272
  • 읽은 기간 : 2018.06.04 ~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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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잊어 버렸다. 영규 집에 갔을 때 본 책에서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거기에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들을 알려 주었는데, 내가 읽어 본 적이 있는 소설가(김훈, 정유정)가 거의 없어서, 문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전에 아마도 브런치에서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연결되어 간만에 소설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찍어둔 사진 속에 소설가 중에 한 명인 김애란의 소설집이다. 그 때 찍어둔 사진에 “우리 문학의 현재적 성취를 확인하고 싶다면 김애란”을 읽어 보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현재적 성취를 확인하고자 읽어 보았다. 장편은 아니고, 단편 소설집이다. 문학을 잘 모르는 내가 읽어서 현재적 성취가 어떤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작가가 가진 시각 - 현대 사람들의 팍팍한 삶을 이야기의 축으로 두고 인물들이 겪는 부조리, 감정 등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이 지겹지 않았다. 물론, 흥미진진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정유정의 “7년의 밤”과 같은 강열한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겹거나 너무 어렵지는 않아서 좋았다. 소설은 어쨌든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평점을 주고 싶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어휘들을 좀 더 찾아서 정리해보고, 인상적인 문장들을 나열하거나 감상을 적어 보고자 한다.

비행운

너의 여름은 어떠니

내가 거기 없었다는 걸 통해, 내가 거기 있단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

젊은 시절 이러한 감정을 가져본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그 마음을 작가처럼 잘 뽑아 낼 수 있었다면 젊은 시절의 나를 좀 더 다독여 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합성을 하는 사람에게는 광합성의 빛이 전자파를 먹고 사는 사람 사람에게는 전자파의 빛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나는 어떤 빛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을까? 광합성을 하지 않으니 광합성의 빛이 날 리는 없고, 내화물로 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내화물의 색이 드러날까?

범박하고

형용사로 원형은 범박하다이며, 한자로는 泛博–/汎博– 두 가지가 나온다. 뜻은 “데면데면하여 구체적이지 못하고 범위가 넓다.” 예 : 범박한 이론, 범박하게 말하다

물속 골리앗

장마는 지속되고 수박은 맛없어진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계절의 느낌이 피부와 혀로 느껴졌다.

호텔 니약 따

메시지보다는 뉘앙스를 중요시 여기고, 뭔가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 앞에선 디테일을 포기하느니 대화 자체를 중단하겠다 마음먹는 종류의 인간 말이다.

나도 위와 같은 모습을 많이 보인다. 왜 그렇게 되었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하지만, 이해를 시킬 수 없고, 나의 말이 무슨 보호막같은 것에 튕겨져 나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대화 자체를 중단하고 마는…. 마음을 먹을 필요도 없다. 본능에 따라 범박한 말을 꺼내 놓느니 단답형의 대답으로 대화를 끝내려는 모습…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두려움을 깔보는 거라고. 실은 본인도 믿지 않는 주문을 외워가며 말이다.

서른

조만간 다시 옛날이 될 오늘이, 이렇게 지금 제 앞에 우두커니 있네요.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

Written on June 14,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