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수집잡화점 - 글쓰기 3일차

경험수집잡화점 - 글쓰기 3일차 - 독후일기 -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 제목 :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경제 위기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

  • 출판사 : 부키

  • 지은이 : 폴 크루그먼 (옮긴이 : 김이수, 오승훈)

  • page : 388

  • 읽은 기간 : 2021.01.03 ~ 2021.06.30

서론 마법사를 찾아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는 ‘마법의 경제(magic economy)’였다. 30년이 채 안 걸려 모든 것이 두 배로 되었다.

한국에서는 50년이 동안 200배 이상이 성장했다.

한국GDP 추이 (참조 : e나라지표)

1970년 1980년 1990년 2000년 2010년 2020년
2,796.6 39,725.1 200,556.2 651,634.4 1,322,611.2 1,898,192.6

1인당 국민소득(GNI)으로는 약 100배 정도 성장을 했다.

1973년 마법은 사라져 버렸다. … 예리한 관찰자들은 1960년대 후반 들어 전후의 고도 성장 물결이 끝나가는 징후를 보았거니와, 나중에 깨닫고 나서 보면 오늘날의 우리도 생활 수준 향상의 원동력인 생산성 성장이 1965년에 벌써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음을 알 수가 있다.

이 책의 모든 결론은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생산성 향상이 모든 성장의 근본이다.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정치를 해야하고, 경제학자의 임무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제학적인 처방을 주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 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성장이 정체된 원인을 경제학자도 모른다는 점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돌파구가 나오기 전에는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히다. 현재의 경제학이 모색의 시간을 끝내고 성장이 정체된 원인에 접근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이 출판되는 시점 1990년대 후반에서는 아직 성장의 정체 원인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성장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전 생산성의 향상으로 미국 경제가 부흥하던 시기의 향수와 이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정치적 메세지는 어느 정치인이나 동일하다. 하지만, 경제학자인 저자가 보기에는 자신이 경험한 정치인들의 처방은 명백한 오답이다.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오답인지는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저자는 자신이 그 동안 겪어본 정치인들의 오답 노트를 이 책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간의 지체가 발생하는 원인은 기술이 고립되어 사용될 때에는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기술은 널리 응용되고 또 다른 기술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라야만 그 잠재적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이전에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이 초기에는 전체 산업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즉, 신기술이 있다고 해서 그 영향이 곧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지식 전달의 속도가 빨라져서 기술 전파 속도가 빠르게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은 새로운 기술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다른 분야에 접목하는 것도 편리해졌다. 현대 소프트웨어와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이를 활용하는 컨텐츠 산업의 빠른 발달은 결국 신기술이 활용되는 분야를 넓히는 속도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빨라진 점이 현재의 성장률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능성이 있어 보이거나 알려진 신기술이 이전에는 시장에 적용되는데,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보냈다면, 현재는 의심보다는 시장에 안착했을 때의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기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술적 선점을 통해서 시장을 선점하여 전체 시장의 지배력을 가져오는 것이 기술적 완성도를 통해서 경쟁하는 것보다 수익을 얻기가 쉽고, 수익도 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들은 신기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고, 글로벌한 대기업들이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해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여 시장을 선점하려는 현상들이 증가한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주식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기술주에 높은 PER을 용인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후 생각한 것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생각되면 결국 닷컴버블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생산성의 급속한 성장은 바로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실행에 옮기고, 또 산업들 간의 확대되는 상호연관성을 강화함으로써 가능하였다.

초기에는 한 분야에 집중하여 성장할 수 있겠지만,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이 발생하지 않으면, 생산성의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천연자원을 통해서 단기간에 부를 이룬 국가들이 빠른 경제 쇠퇴를 겪는 것은 내 생각으로는 이러한 산업적 연관성을 강화하는데 실패한 경우라 생각된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 이후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많은데, 잘 되면 좋겠지만, 산업적 연관성이 없으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를 이루기는 어렵다. 결국 한 분야만 독창적으로 뛰어나기가 쉽지 않다. 산업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받침이 있어야 하고, 사회 전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경제적 받침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증가할 때 경제성장이 한 단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농업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은 농업 기술의 진보라기 보다는 주변 기술인 기계, 화학, 생물학, 유전학 등의 발달이 농업에 접목되면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1960년대 말 경영 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불연속성의 시대(The Age of Discontinuity)”라는 깊은 통찰력이 담긴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과거 30년 동안의 급속한 경제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 이래 경제의 산업 구조는 물론 경제를 주도한 기업들조차 상대적으로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경제 진보는 주로 근본적인 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개선을 이룬 결과였다는 것이다. 또 그는 이러한 “연속성(continuity)”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즉 옛 기술은 그 역할이 거의 끝났으며, 최근에 생겨난 새 기술을 이용하려면 대규모의 경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 개편은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진 편이라 생각한다. 10년전의 시총 순위와 현재 시총 순위를 비교해 보자

순위 1위 2위 3위 4위 5위 6위 7위 8위 9위 10위
2010년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LG화학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 기아차
2020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카카오 현대차 LG생활건강

10위내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비중이 너무 높고, 2위가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인 점은 우리나라가 반도체에 너무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급격한 성장과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진입한 점은 한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에 연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생각한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전반적인 경제 재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의 경제 개편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며, 그 결과가 현재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게 된 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증기기관용 기계에 맞게 설계된 공장에서 전기가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듯이, 컴퓨터도 서류가 왔다 갔다하는 데 맞게 설계된 사무실에서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기술이 확대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는 의지와 기술의 유용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요즘 일본을 보면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는데, 이는 현대 사회의 통신 및 네트워크 활용이 저조해서, 사회 전반적인 연결성이 약화된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상호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문화가 확대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뛰어난 기술들이 다양한 연결성을 통해서 경제 전체의 성장을 다시 이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신기술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가 기업의 투자와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한다면,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생각이 된다.

공인인증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기술이 있어도 유인이 없으면, 기술은 사장되고 연관성을 확대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에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 낙후된 기술 구조나 사회 구조가 해체된 이후 앞선 신기술에 종속되거나 다시 시작할 수 밖에는 없다.

중산층의 교육도 비효율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명문 대학도 입학 허가 수준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하는 주장도 많다.

인구의 주요 구성층 간의 사회적 붕괴 문제도 심각하다.

위 두 가지 내용은 생산성 저하에 대한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본 것이다.

교육과 계층간의 격차(특히, 저소득층의 사회적 붕괴)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우리도 공교육 문제가 어느 시점에서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며, 계층간 격차의 증가 또한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여 생산성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다.

1970년대의 보수주의 재정학이 정녕 제시한 바는 미국의 조세 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세율은 지나치게 높아서 근본적으로 경제 유인을 왜곡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세율은 인하 - 대신에 왜곡이 덜한 세목의 세율을 올리거나 또는 지출을 줄임으로써 조세 삭감을 보전하고 - 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고 시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조세가 미국이 겪는 경제난의 근원이라거나 또 세율 인하를 통해 자동적으로 미국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이론이나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조세 정책이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된 지금 각국의 조세 정책은 기업의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서비스 위주의 기업들은 조세 회피처를 이용해서 낮은 법인세로 이득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칭 “디지털세”가 논의되고 있다.

또한, 제조를 외주로 돌리면서, 유사한 조건에서 세율이 낮은 국가로 외주를 주려는 유인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 성장의 두 원천을 구분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는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생산 능력을 기초로 하는, 즉 노동자의 수와 숙련 정도, 자본재의 규모와 품질, 그리고 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성장이 있다. 다른 한 편에는 이러한 생산 능력을 동원하는 정도에 따른 변동, 즉 화폐 공급과 미래에 대한 확신의 등락에 따라 결정되는 변동이 있다.

잠재성장률에 관한 이야기이다. 경제성장률은 위에서 이야기한 투입 요소인 노동력을 과도하게 투입해서 끌어올릴 수 있지만, 경기과열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마치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이후에 경제 활동이 회복되면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노동자의 숙련도 향상, 인구의 증가 등이 필요하다.

한국의 연구개발 지출의 규모와 노동자들의 숙련도와 지식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이전의 틀에 맞춘 숙련도와 지식 수준에서는 향상되는 수준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신기술들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신기술에 대한 노동자의 숙련도와 지식 수준을 향상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답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즉 1980년대에 걸쳐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던 경제적 조류는 행정부의 정책과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다. 1979년부터 1993년까지의 경기 후퇴와 회복의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화폐 정책, 즉 비당파적이고 준 독립적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FRB)가 결정하는 통화 정책의 이야기인 것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를 요약해 놓은 문장이라 생각한다. 경기의 활황과 불황은 정책적인 결정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통화 정책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다. 요상한 정책들을 통해서 시민들을 호도해서 안 되며, 시민들도 경제학적인 관점을 이해해서, 그러한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는 걸 이야기하려 한다고 느껴진다.

앞으로 통화주의,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들을 통해서 경제의 성장을 이끌려는 정책들이 얼마나 어설픈 개념인지를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케인즈는 살아 있다. 정부의 정책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케인스가 주장한 재정정책을 통해서 경기를 조정할 수 있다.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두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흐름에 따라 정부가 경제 시스템의 한 주체로서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정책들을 보면 케인즈가 살아 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테네의 이지스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모든 경제 위기를 돈을 풀어서 해결하고 있다. 이 끝이 어디에서 끝날지 모르겠다.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는다(In the long run, we’re all dead)”라는 케인즈의 관점에 따라 불황에 대응하는 각 정부의 돈풀기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원히 지속될지 아니면, 생각지도 못 한 큰 붕괴를 통해서 많은 희생을 치른 후에 다시 시작할지.

생산성의 향상이 경제성장이라면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향상되어, 노동력이 필요 없어진다면?

아마도 이 책을 저술할 때는 이런 상상이나 가정이 의미가 없었겠지만,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위의 질문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모색을 하고 있을 때, 정치인들은 먼저 움직여 “기본소득”이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정책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문제 제기와 해결책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들을 제시해서 판단한 수 있는 도구들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책 내용에 대한 상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각 장에 대한 내용은 달지 않았다.

책을 이해하는 것 보다 모르던 내용을 좀 더 아는 것과 평소의 생각을 책을 통해서 곱씹어보는 정도라 서평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소환하지 않는 한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Written on August 18,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