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수집잡화점 - 글쓰기 5일차

경험수집잡화점 - 글쓰기 5일차 - 늦은 여름 밤 산책을 나서며

저녁으로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흐르는 땀은 아직도 여름이라는 계절속에 있다는 걸 분명하게 말해준다.

집 앞 공원에 산책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창밖에서 투둑투둑 거리는 소리에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산책을 포기해야 말아야 하나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이 시간이 흐르고, 밖을 보니 비는 잠잠해졌다.

부른 배를 느끼며, 산책이 필요하다고, 이제 좀 움직여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이 우산을 들고 밖을 나서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 끈과 얽힌 불편한 안경테때문에 안경을 벗었다 다시 쓴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조금은 시원한 엘리베이터 공기를 느끼면서, 비온 뒤 후텁지근할 바깥 느낌을 상상한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상상했던 느낌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상쾌하고 시원한 밤바람이 살짝 스쳐간다.

아직도 여름 속에 있지만, 감각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공원으로 가는 사거리 신호등에는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과 외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바뀌고, 왼발을 내딛는 순간,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로 차가우면서 축축한 느낌이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머리 뒤쪽의 뇌를 자극한다.

신호만 보고 걸어가다가 물웅덩이를 살짝 밟았다.

갑자기 시원한 느낌은 왼발을 자연스럽게 내딛기 힘들게 만들고, 조금전까지 느꼈던 날씨, 계절의 변화, 바람, 깜빡이며 재촉하는 신호등 같은 것들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오늘은 저녁에 산책을 나가면서 느낀 것들을 간략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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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on August 20, 2021